모자를 꾹 눌러쓰고 눈을 감고 걸었습니다.
밤은 낮과는 다른 깊은 집중이 생기죠.
보이지 않으니 모든 감각이 열리고
소리엔 더욱 예민해졌습니다.
조심조심 한발자국 내딛으니
몸은 긴장하고 덩달아 맘도 움츠려드는 것 같았습니다..
체온이 떨어지니 걸음에 집중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스틱을 가지고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거친 느낌의 남자분이 곁으로 다가와
맘도 몸도 바짝 긴장했습니다.
순간 그분은 절 살짝 지나쳐 시각장애자용 버튼을 눌러주시네요..
숨 죽였던 호흡이 몰래 빠져 나갔습니다..
상을 갖고 본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
보이는 것에 얼마나 의존하고 살았던가..
그 분께 너무 죄송하고,또 감사했습니다.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넌 후,
스틱에 전해오는 땅의 굴곡, 울림을 느끼며 길을 찾는데
한 여자분이 달려와 여기 신호등이 없어 위험하다며
함께 건너가 주십니다.
간신히 나온 목소리로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돌아오는 길,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흠뻑 젖었네요..
눈을 뜨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느껴집니다.
생소한 맘을 느껴보는 요즘
공감하면 이해하게 되고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진리를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참 소중한 시간 ,
그저 감사하네요....